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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홀로서기/서정윤

단 미 방 2008. 5. 8. 17:45
 

 

  

        홀로서기/서정윤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,

       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1

        기다림은
       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
        좋다.

         
        가슴이 아프면
        아픈 채로

         
        바람이 불면

       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, 날리는
        아득한 미소.

         

         어디엔가 있을
        나의 한 쪽을 위해
       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.


        태어나면서 이미
       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,
        이제는 그를
        만나고 싶다.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 2

         홀로 선다는 건
       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
        더 어렵지만


       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,
       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

         
        그래도 멀리,
       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
        이 작은 가슴.


       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
        아무도
       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

         
        결국은
        홀로 살아간다는 걸
       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

         
        나는
       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.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 3

         지우고 싶다
        이 표정 없는 얼굴을
        버리고 싶다


        아무도
       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
        오히려 수렁 속으로
        깊은 수렁 속으로
        밀어 넣고 있는데

         
       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
        미소를 지으며
        체념할 수밖에......


       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
       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, 나는

         
       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
        돌아서고 있었다.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 4

         누군가가
        나를 향해 다가오면
        나는 <움찔> 뒤로 물러난다.

         
        그러다가 그가
       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
       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.

         

         만날 때 이미
       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,
       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

         
      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
       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
       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.

         

         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
       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
       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.

         

         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.
       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.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 5

         나를 지켜야 한다
       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
        그 허전한 아픔을

         
       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
       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.

         
       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
       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
        <이번에는>

         
        <이번에는> 하며 여겨보아도
        결국 인간에게서는
       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

         
       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
       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.

         

         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
        나의 삶,
       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.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 6

        나의 전부를 벗고
       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.


        그것조차
       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
       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.

         
       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
       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
        나는 혼자가 되리라.

         

         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
       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.

         
        부리에,
        발톱에 피가 맺혀도
       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.

         

         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
        <홀로 서기>를 익혀야 한다.

         

         

         7

        죽음이
       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
       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
        살아 있다.

         
        나의 얼굴에 대해
        내가
       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
       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.

         

         그리고
        어딘가에서
        홀러 서고 있을, 그 누군가를 위해
        촛불을 들자.

         
       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
        <이것이다> 하며
        살아가고 싶다.

         
       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. 


      출처 : 삶을 소나타처럼
      글쓴이 : honey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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