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
모슬포에서/김영남
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.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, 모슬포, 모-스-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,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.
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.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 끄덕이며 살겠네. 살면서, 떠나간 여잘 그리워하는 건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.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할 사람 없어 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, '경(景)에서.
김영남
1957년 전남 장흥 출생,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.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'정동진역'이 당선되어 등단했다. 시집으로 <정동진역>, <모슬포 사랑>이 있다.
김남조 시인과 김영남 시인입니다. |
출처 : 삶을 소나타처럼
글쓴이 : honey 원글보기
메모 :
'영상시화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[스크랩] 산유화 / 김소월 (0) | 2008.05.08 |
|---|---|
| [스크랩] 수선화에게 / 정호승(cej 08.12.11) (0) | 2008.05.08 |
| [스크랩] 개나리/이희숙 (0) | 2008.05.08 |
| [스크랩] 떠나버린 그대 찾아/박정둘(cej 08.12.1) (0) | 2008.05.08 |
| [스크랩] 그대는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지요/심여수 (0) | 2008.05.08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