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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모슬포에서 / 김영남

단 미 방 2008. 5. 8. 17:28

  

 

 

    모슬포에서/김영남

     

     

    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 있다면

   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.

   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, 모슬포,

    모-스-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

   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,

   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.

     

   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

   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

   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.

   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

   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

   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 끄덕이며 살겠네.

    살면서, 떠나간 여잘 그리워하는 건

   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

   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

    늙어가겠네.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할 사람 없어

    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, '경(景)에서.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김영남

     

    1957년 전남 장흥 출생,

   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.

   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'정동진역'이 당선되어 등단했다.

    시집으로 <정동진역>, <모슬포 사랑>이 있다.

     

 

 
   My Love / Play by Kim In Bae

  

 

김남조 시인과 김영남 시인입니다.

        출처 : 삶을 소나타처럼
        글쓴이 : honey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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