불멸의 필

[스크랩] 킬리만 자로의 표범 / 조용필(ej 08.11.20)

단 미 방 2008. 5. 8. 20:45


    킬리만자로의 표범 / 조용필
     

   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
   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
   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
    산기슭의 하이에나
   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
   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
   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

   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
   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
    잠시 쉬고 있다
    야망에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
   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
   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
   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
   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...


   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
   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
   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
   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
   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
   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
   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
   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...


   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
    그 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
    보잘 것 없는 세상을
   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
   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
    사랑때문이라고
   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
    고독하게 만드는지
    모르고 하는 소리지
   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
    모르고 하는 소리지

   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
   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
   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
   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
   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
    나도 밤을 사랑한다
   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
   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
   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
    텅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


   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
   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
   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
   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
   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
   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
   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
   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


   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
   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
   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
   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
   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
   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
   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
   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


   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킬리만자로
   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
   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
   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.....
출처 : 삶을 소나타처럼
글쓴이 : honey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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