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상시화

[스크랩] 숯 / 정일근

단 미 방 2008. 5. 8. 17:36

 

 

 

 

 

 

    숯 / 정일근

    산다는것은 시시해질 때
    백두대간 어느 산자락에라도 들어가
    작은 가마 하나 만들어 숯이라도 굽자
    숯이라면 잡탄 흑탄이 아니라
    졸참나무 백탄이 최고라지
    해지기 전에 졸참나무 한 짐을 지고 내려와
    밤 새워숯을 굽자


    나에게 무슨 제탄법이 필요 있으랴
    그저 마음에 화엄의 불을 지피듯
    나무에 불을 놓고
    새벽이 오길 기다려야지
    그때 가마 한 귀퉁이에
    불혹의 삶과 이룬 것 없는 빈손도
    함께 묻어놓아야지


    삶이란 숯과 같은것
    나무의 세월을 살다가도
    언제나 숯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
    숯으로 돌아가서도
   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것이려니
    한 가마의 백탄 곁에서
    나도 잘 굽힌 숯이 되고 싶다


    죄업의 살과 뼈를 태우는
    불길과 연기 속에서
    숯이란 이름으로 신생하고 싶다
    그리하여 다시 1천 도의 고열로
    나를 태우고 태워
    하얀 재 한줌으로 남아
    세상만사에 활성하고 싶다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정일근 시인
     
    출생 :1958년 7월 28일 (경상남도 양산)
    학력 : 경남대학교 국어교육학 학사
    데뷔 : 1984년 실천문학에 시 '야학일기'
    수상 : 2003년 제18회 소월시문학상 대상
    경력 :2004년 시힘 동인, 문화공간 다운재 운영
    2001년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
    시 '바다가 보이는 교실' 수록

 

출처 : 삶을 소나타처럼
글쓴이 : honey 원글보기
메모 :